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남은 이때가, '다음에는-'이라는 어렴풋한 희망이 담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이 떠나야 할 때였다.
아 몰랑 제주 여행기_12_ 여행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일상으로 남아🎵
친구를 먼저 배웅하고, 두 시간 정도 더 대기실에 있다가 김포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 시간대가 티켓이 저렴하기도 했고, 해가 지는 제주의 풍경을 보면서 돌아오고 싶었다. 대기실의 전면 유리로 금방 비라도 내릴 듯이 구름이 몰려들었다. 오전만 해도 하늘은 그렇게 파랗고 높아 보였다. 이런 날이 적어도 하루는 계속될 것 같았는데, 바뀌는 것이 순식간이었다. 탑승 수속을 하기 전에 아주 잠깐 며칠 더 머물러 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금세 이번 여행은 여기까지가 좋다고 생각했다. 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남은 이때가, '다음에는-'이라는 어렴풋한 희망이 담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이 떠나야 할 때였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잠 가방에 기대어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으니 어느새 비행 편 탑승이 시작되었다. 차례대로 사람들이 다 제자리를 찾고 짐을 정리하며 생기는 작은 소음은 곧 이륙과 함께 사라졌다. 제주도의 풍경은 점점 멀어지고, 계단 오르듯 차츰 더 올라가 구름 위로 둥실거렸다. 그렇게 첫 번째 제주 여행이 끝났다.
김포 공항으로 오면서 세상에 어둠이 내리고 아래는 불이 켜지는 광경을 봤다. 내릴 때는 완전한 밤이 되었다. 그다지 깨어있는 것 같지도 않은 채로 귀소본능처럼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따라서 내리고, 자연스럽게 지하철을 타고 내려 집에 도착했다. 며칠 만에 집에 돌아오니 마침내 긴장이 풀리고 안도감에 긴 숨을 내뱉었다. 한 사람이 겨우 사는 작은 공간이지만 내가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들어오자마자 바로 들고있던 가방을 열어 세탁 바구니에 한 번에 몰아서 쏟아붓고 창문을 열었다. 그러고 나서는 씻고, 침대에 벌렁 누웠다. 열어둔 창문으로 익숙한 소음이 들렸다. 그리고 모든 게 끝이 난 직후의 고요함도 몰려왔다. 뭔가가 하나 끝이 나면 항상 몸이 쑤시는 것 같은 기분이다. 단 사일, 뭐 힘들인 일 하나 없이 마냥 잘 놀고, 잘 먹고, 잘 돌아다니기만 했는데 왜 아픈 거지. 몇 시간 전 제주 공항에서는 대기실에 앉아 이제 움직일 힘 하나 없다 생각할 만큼 피곤했는데도, 일찌감치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여행에서 하지 못한 걸 생각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친구가 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으면 항상 생선 튀김을 말했다. 하지만 먹을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 영화나 방송에서 본 건지 모르겠지만 제주도 여행하면 떠오르는 게, 시야를 가리는 것 없는 해변가에 군데군데 홀로 놓여 있는 낡고 낮은 건물의 입구 옆 탁자에서, 생선 튀김에 맥주 한잔하며 파도와 하늘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거기 사는 사람처럼 다른 사람들과 수다도 떨며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걸 해보고 싶었다. 다음에는 그렇게 한 장소에 머무는 제주 여행을 하고 싶다.
모든 설렘에도 끝이 있다. 이제 다시 홀로 현실에 남겨졌다. 내일 눈을 뜨면 당장, 며칠 전 협재해수욕장의 스타벅스 화장실에서 받은 전 회사 사람의 전화부터 곱씹어지겠지. 그리고 얼마가 지나면 여행을 가긴 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질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벌써 일상이다. 여행의 잔향조차 사라진 모양이다.
SNS에서 이 사진을 보고 친구에게 보내며, 다음에 여행을 가서는 한 장소에 머물자, 그리고 이런 사진도 찍자고 했다. 친구는 웃기만 할 뿐 그러자는 말이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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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_ 셋째 날 시작! 서귀포 매일올레시장과 도자기 공방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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