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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나의 첫 제주 _ 아 몰랑 제주 여행기_9_ 섭지코지와 유민미술관

by 연습중인최 2022.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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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어느 모서리까지 꽤 긴 시간을 이동했다.
가는 길 내내 이어져 넌지시 보이는 수평선이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들게도 했다.
달리는 내내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읽은 글이 생각났다.

여행은 길다. 이 여행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다.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들이다. 다른 날에는 기차가 영원히 멈추어 설 마지막 터널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낀다. ('리스본행 야간열차' 중)




나에게는 그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이 길게 이어진 수평선과 나란히 달리는 그 순간이 드물게 존재하는 소중한 날이었다.

아 몰랑 제주 여행기_9_ 섭지코지와 유민미술관

 








 

 


나는 오로지 유민미술관만 보고 왔는데, 여기는 미술관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와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었다. 빡빡하게 건물을 세워두지 않아서 좋았다. 시원시원하게 조성된 공원에는 바닷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고 여러 갈래의 산책길도 나있어서 뻥 뚫린 곳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몸으로 느끼며 돌아볼 수 있었다.





 


👉 유민미술관




오늘도 보는구나!
휑한 벌판에 덩그러니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놓여있었다.
어제 본 본태미술관과는 또 어떻게 다를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며 입구를 지났다.





 



미술관 안으로 향하는 길은 입구에서부터 본 건물까지 이어져 있었다. 입구를 지나 들판에 길게 난 돌 길을 걸어, 시원한 물이 타고 내리는 벽 사이를 통과해 들어가면 바로 앞에는 높게 막힌 콘크리트 벽이 서있다. 거기에는 가늘고 긴 제주의 초록 들판과, 바다와, 성산일출봉이 그림처럼 걸려있다. 매일 매월 계절마다 바뀌는 풍경화라니... 😍



마치 미로처럼, 높게 올라가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콘크리트 벽들 사이로 홀린 듯이 들어간다. 그 끝이 보이면 다시 방향을 꺾는다. 그러면 또 보이는 좁은 통로에는 하늘만 유독 선명하게 보일 뿐이다. 정돈되지 않은 채 마음껏 흐드러져있는 제주 풍경을 어둠으로 둘러싸고, 그곳을 지나면 빛을 보여준다. 그러고 나서 그 빛 끝에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노출한다. 그 드라마틱한 연결성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 미술관 내부에서도 계속된다.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후 보는 빛은 사람들에게 더욱 극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유민 미술관은 그 감정을 정교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수 있는 장치를 걷는 내내 반복해서 심어 두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은 계속 유도된 미로를 걸으며 안도 타다오가 설치한 트랩에 걸려드는 거다. 어제도 느낀 것이지만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해야 관객이 몰입하는지를 아는 것 같다. 어떻게 이렇게 디테일하게 상상할 수 있을까. (신기방기)

미술관에서는 아르누보 유리공예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정말 한 땀 한 땀 손으로 만든 공예품이다. 색도 형태도 너무 곱다. 게다가 작품 안에는 작가가 담은 스토리가 제각각이라 설명을 듣고 읽다 보면 몇 시간은 금방 가버린다. 하루 만에 다 훑어보는 것보다 몇 번에 거쳐 천천히 살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출구로 나오면서 여기는 다음번에 다시 오고 싶기도 했다.


 




미술관을 나와 해안로를 산책했다. 거기에는 큰 조형물들이 놓여있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기도 했다. 우리도 일단 기념샷을 남겨야 하므로 줄을 섰고 다른 일행의 사진을 찍어 주기도 했다. 건물이 빡빡하게 들어서 있지 않아서 좋았다. 걷는 내내 넓은 들판과 바다와 드문드문 솟아 있는 산봉우리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걷다 보면 저 끝에는 제주 글라스하우스도 보인다. 거기까지 한 바퀴 돌고 보니 어느덧 해가 내려앉고 있었다.이제야 조금 익숙해진 것 같은 골목을 다시 떠나야 할 때였다.



 

 






관람 팁!

유민미술관은 매주 화요일 휴관입니다. 참고하셔요!
관련 정보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어요! 👇😀

휘닉스 제주_섭지코지_유민미술관

 

유민미술관 < 건축∙아트 |                 휘닉스 제주

HOME > > 유민미술관 푸른 제주, 안도타다오, 그리고 아르누보 유리공예, 아르누보 특유의 미학적 가치까지 더해진 낭시파 유리 공예의 대표작들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유민미술관은 1894년부터 약

phoenixhnr.co.kr

 


 

저의 제주 여행기가 더 궁금하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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