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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록

나의 첫 제주 _ 아 몰랑 제주 여행기_11_네 번째 날은 함덕해수욕장에서

by 연습중인최 2022.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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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날 경로




맑기만 하던 하늘에 갑자기 비라도 쏟아질 듯한 회색 구름이 몰려와, 그 빛을 가리고 있었다. 그렇게 슬그머니 제주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고, 내 여행의 끝이 보였다.

아 몰랑 제주 여행기_11_네 번째 날은 함덕해수욕장에서








여행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그냥 함덕 해수욕장을 어슬렁거리다가 공항으로 가자고 했다.
그전에 먼저 전기차를 충전해야 했다. 근처 산책도 할 겸, 충전소 검색 앱으로 숙소 주변에 전기차 충전소가 있는지 알아보니 꽤 가까운 위치에도 몇 군데 있었다. 여행 마지막 날이니 만큼 필요 없는 것은 다 버리고 가져갈 짐만 정리해 차에 싫어 두고는 숙소를 다시 둘러보고 나와서, 체크아웃 전에 우리가 머문 카라반 앞에 있던 긴 그네에 둘이 앉았다. 무릎을 펴 엉덩이를 뒤로 밀어 발로 힘껏 밀었다. 그 힘에 박차 그네가 앞으로, 그리고 위로 오르자 깨끗하기만 한 파란색이 눈에 담겼다. 우리가 여행하던 날 중 가장 짙은 파란색이었다. 그 색이 참 현실 같지 않기도 해서 몇 번이나 반복하며 그네를 밀어 하늘로 들어 올렸다. 사방에 소리라고는 그네에서 나는 삐걱대는 소리와 한 번씩 조용히 속닥거리는 우리 둘의 소리였다. 그러고는 웃었다. 그 모습이 좋아서 여행 처음으로 친구와 같이 셀카를 찍었다. 내리쬐는 햇살이 벌써 한여름인가 싶을 만큼 따가웠지만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 북촌 너븐숭이4.3 기념관

우리는 숙소를 떠나 근처, 이곳에서 충전을 하기로 했다. 주차를 하고 나서 어떻게 충전기와 차를 연결해야 하는지를 몰라서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연결 어댑터가 생각보다 너무 무겁고 차와 잘 연결되지 않아서 한참을 긴 호스를 씨름이라도 하듯 부여잡고 씩씩거렸다. 처음 해보니 연결 선 꽂는 것도 일이었다. 뭐 했다고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났더니 그냥 산책이고 뭐고 커피나 한잔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주변에는 아무런 상점도 보이지 않았다. 충전이 다 되고 나면 문자로 알림을 보내 준다고 하니, 우리는 자박자박 기념관 주변을 걸었다.
나는 제주도에 이런 아픈 역사가 있는지 알게 된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주변을 거닐며 보이는 애기무덤에 섬뜩하면서도 숙연하기만 했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갈까 고민하다가 방향을 틀었다. 그냥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잔인함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과거 일본의 광기만큼이나 내 민족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고 싶지 않았던 것도 같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피하게 된다. 다음에 다음으로 미루면서, 그게 언제가 될 지도 알 수 없는데 말이다. 그래도 계속 생각한다. 다음 제주여행에서 이곳을 꼭 가겠다고......



📌여행 팁! _

북촌 너븐숭이4.3 기념관 관련 정보는 여기에 있어요!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있으니,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드려요!
북촌 너븐숭이4.3 기념관

너븐숭이 4.3기념관

리뷰 번역 수많은 제주4.3유적지중 너븐숭이의 애기무덤을 기억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여러 곳에서 말이 필요없는 참담함을 느끼게 되지만, 애기무덤은 오래도록 충격이고 눈물이다.

www.visitjeju.net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다. 기념관 옆길로, 정돈되지 않은 좁은 흙길을 두리번거리며 죽 걸어 들어갔다.
가는 길에 드문드문 나뭇가지에 색색의 끈이 매어져 있었다. 이걸 보면서 길을 찾는 건가? 모르겠지만 얇은 끈이 바람에 살랑이는 리듬마저 운치 있었다.
사방에 긴 풀이 바람에 날리는 풀숲을 지나고 나니 어느 작은 마을이 나왔다. 우리가 지금까지 갔던 관광객이 득시글거리는 해변가가 아니라 정말 주민이 생활하고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곳이었다. 새벽에 일을 마치고 지금 시간에는 쉬시는 건지, 아니면 코로나 때문인지, 고요한 마을에는 할머니 몇 분 만이 지나가고 계셨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등대 앞에서 거친 바람결에 확 몸이 날려 나도 모르게 발 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온몸으로 지탱하고 서, 맞부딪히는 바람을 버티고 있는 것이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한참을 아기자기한 해변 마을의 희고 낮은 건물과 담 곳곳을 구경하다가 이제 슬슬 충전이 끝날 때가 되어간다 싶어서 다시 왔던 길을 되짚었다. 마침 돌아오는 길에 충전 완료 문자가 왔다.





👉 다시 함덕해수욕장으로


차를 몰아 함덕 해수욕장의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어젯밤의 풍경을 다시 봤다. 밤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검은 바다가, 다음 날은 유난히 파랗던 하늘과 이어져 맑은 녹색을 띠고 있었다. 4월이었지만 초여름의 날이었다. 내리꽂는 햇빛에 벗어 들었던 모자를 다시 눌러썼다. 아니면 머리 정수리가 다 타버릴 것 같이 따끔했다.


검은 돌이 투명하게 비치는 제주의 맑은 녹색 바다는 저 멀리까지 이어져 하늘의 푸른빛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 파도 소리에 바람 소리까지 더해져, 날을 더웠지만 감각은 시원하기만 했다.
천천히 그 천연 그러데이션을 구경하며 해변가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오는 길에 보니 점심특선으로 김치찌개 집이 보였다. 한 끼 해결하고 계속 걷기로 했다.



👉 만춘서점


점심을 먹고 해변가에서 좀 더 멀어져 밖으로 걸었다. 크고 작은 숙박업소와 음식점을 지나 한적하게 나무가 줄지어져 있는 인도가 나왔고, 두부같이 희고 네모난 건물에 작게 걸려있는 녹이 쓴 간판을 보게 되었다. 그 옆에는 길고 좁은 미닫이문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책이 보였다.

들어간 책방은 아담했다. 안에는 책장 가득 촘촘하게 책이 꽂혀있었다. 책장 사이에는 책을 소개하는 글이 쓰인 포스트잇이 책장 살에 붙어있었다. 나중에 내 방을 가득 책장으로 꾸밀 수 있다면 나도 이렇게 해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그때 읽은 책의 소감을 포스트잇에 써서 책 근처 책장에 붙여놓으면, 그리고 책 중의 어느 책은 읽을 때마다 바뀌는 감정을 포스트잇에 적어 겹겹으로 붙여두면, 그렇게 늘어나고 변하는 내 감정을 책장을 볼 때마다 마주할 수 있게 표시해 두는 것이 멋질 것 같다.
흰 건물을 다 둘러보고 나와 옆에 있는 빨간 벽돌의 두 번째 건물로 들어갔다. 여기는 꽤 넓고 공간의 가운데 책을 쭉 나열하여 소개하고 있어서 한 바퀴 돌면서 읽어볼 수도 있는 여느 책방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여기서 추천한 도서 중에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어서 메모를 해 두기도 했다. 만춘서점을 구경하는 내내 여행 온 기념으로 책을 한 권 살까 엄청 고민했다. 여행지에서 책 한 권씩 가져오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했지만 금세 여행지에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받은 영감이 의미가 있지, 그냥 사 와서 책장에 꽂아 둔 책이 뭐 그렇게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보고 메모해 둔 책 몇 권을 알라딘에서 할인된 가격에 사겠다는 그런 감성 마이너스인 생각만 했다.





만춘서점을 한 바퀴 돌고 다시 바다로 와 마지막으로 눈에 담았다. 그리고 이제 정말 떠날 때가 다가왔다.
제주에 도착할 때는 사일이면 길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여행은 순식간에 끝났다. 우리는 다시 차를 몰아 공항 근처 렌터카를 반납하러 출발했다.










오늘이 제주 공항 근처 장날이었다. 사람과 근처 차를 주차하려는 차들로 한참을 거북이처럼 기어가다시피 운전했다. 나보다 운전을 잘하는 친구가 있어 다행이었다. ㅋㅋ 사람과 차가 끊임없이 돌발적으로 튀어 드는 좁은 길목을 한참 후에 벗어나 무사히 렌터카도 반납했다. 이 관광지에서 무사히 사일 동안 운전을 하다니... 다행이었다. 셔틀을 타고 공항에 가 갑자기 비가 올 것 같은 서늘한 바람에 휘날리는 야자나무를 봤다. 이제 정말 떠날 시간이다. 아쉬움에 빠져들기에는 공항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여기저기 치이기 바빴다. 면세점을 가도, 커피점을 가도 사람이 너무 많고 말소리와 소음이 머릿속을 울려서, 그냥 정신없는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만 싶었다. 친구는 다른 공항으로 가야 해서 나보다 탑승시간이 빨랐다.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다가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내가 탈 비행기가 탑승을 시작할 때까지 근처 의자에 앉아서 큰 창으로 해지는 광경을 보고 있었다.



맑기만 하던 하늘에 갑자기 비라도 쏟아질 듯한 회색 구름이 몰려와, 그 빛을 가리고 있었다. 그렇게 슬그머니 제주의 하루가 저물고 있었고, 내 여행의 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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