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진짜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 어머니 이야기 _북 리뷰

녹취된 말을 그대로 옮긴 듯한 사투리와 정리되지 않은 듯한 그림이 더더욱 날것의 '진짜 생생한 이야기' 임을 알게 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이렇게 세세하게 되새기듯 기억하며 살아오신 걸까.

내 어머니 이야기 _김은성_ 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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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어머니의 일생을 그린 만화라는 소개 글에 책을 들었다. 한국전쟁과 피난기는 사실 책이나 드라마에서만 짤막하게 본 것이라서 그런지 먼 나라 이야기만 같다. 간혹 경복궁의 기둥에 패인 자국이 6.25 전쟁 시 총탄의 흔적이라는 설명을 들으면 그제야 스멀스멀 현실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이 책은 그 모든 일을 실제로 겪으신 작가의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10년에 걸쳐 어머니의 생애를 듣고, 녹취하고, 고증을 통해 그것을 만화로 그렸다. 여기서 이 책은 그냥 만화라기보다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세세하게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 집념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일생, 한 사람의 일생을 이렇게 세세하게 기록해 두는 것이 얼마나 긴 인내의 과정이 필요할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작가의 어머니, 즉 만화의 주인공은 함경도에서 태어나 다복한 가정에서 유년기를 보낸다. 하지만 식민지와 전쟁을 겪으며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야 했고, 피난민이 되어 가족과 모든 것을 놓고 고향을 떠났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피난민에게 주는 식량을 받아 모아서 떡을 만들어 팔아가며 가족을 먹여 살린다. 그리고 남한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은 진짜 '이야기'였다.

한 사람의 인생 안에 한국의 근현대사가 다 들어있었고, 그 혼란한 시대에 태어난 한 집안의 여자가 어떻게 자라고, 결혼하는지를 들려준다.
3부부터는 어떻게든 자식들을 잘 먹이고, 가르치고, 살리려는 어머니의 이야기였다. 흔한 역경을 이겨내는 주인공의 모습처럼 강단이 있거나, 어딘가 비범해 보이거나 한 모습이 아니라, 정말 현실의 고난에서 하루를 버텨내는 모습이 더 와닿는다. 또 가난해서 먹을 것도 없는 와중에도 자식들의 '배움'에 대해 신경 쓰는 모습이나, 보따리 장사, 떡장사, 함바집을 해가면서 뭐라도 만들어 팔아 돈을 버는 모습에서 어느 창업주의 이야기만큼이나 책 주인공인 이복동녀 여사님의 엄청난 심지와 비범함이 보이기도 했다.

책의 가독성은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강한 흑백의 대비로 그려진 그림과 대사들-특히 익숙하지 않은 사투리는 아무래도 잘 읽히지 않았다.- 이 가독성을 고려해서 정리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 보면 다른 만화책이나 소설을 읽을 때에 비해서 눈이 피곤해지는 것 같았다.

녹취된 말을 그대로 옮긴 듯한 사투리와 정리되지 않은 듯한 그림이 더더욱 날것의 '진짜 생생한 이야기' 임을 알게 한다.
시간의 진행이 빠르지만, 그 안에 어머니가 겪은 일들이 이렇게 세세하게 기억하시는 게 놀라울 정도로 유년 시절의 이야기까지 정밀하게 담겨 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이렇게 세세하게 되새기듯 기억하며 살아오신 걸까.

책의 마지막에 가까워지면 딸의 이야기와 어머니의 이야기는 만나는 지점이 있다. 책에서 작가가 '내 어머니 이야기'를 그리면서 자신의 인생에서도 뭔가 정리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들의 인생에서 어느 지점, 분명 내 인생과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그 교차점에서 나는 어떤 발견을 하게 될까? 내가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된 나임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그 교차점이 필요하다. 그러나 깊숙이 묻어 놓은 케케 묵은 과거의 어느 것들을 다시 꺼내어 돋보기를 가져다 댈 용기가 나에게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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