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
기간 : 2022-06-10 ~ 2022-09-12
장소 : 서울 지하 1층, 6 전시실, 온라인 플랫폼 (https://watchandchill.kr)
관람료 : 서울관통합권 4,000원
작품수 : 20여점
전시 소개
미술을 공유하는 동시대적 방식을 탐색하는 ‘워치 앤 칠(https://watchandchill.kr)'은 MMCA가 구축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국제 협력 프로젝트이다. 다자간 교류를 통해 미술한류를 시도하는 ‘워치 앤 칠'은 3개년 사업으로 계획되었으며, 2021년 아시아 지역 미술관 협력에 이어 올해는 유럽과 중동의 주요 미술관과 협력을 확장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아랍에미리트의 샤르자 미술재단(SAF), 스웨덴 국립 건축·디자인센터 아크 데스(ArkDes)의 미디어 소장품 및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 플랫폼에 공유해 관람객이 스트리밍 구독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서울에서 개최되는 오프라인 쇼케이스 전시를 시작으로, 협력 미술관에서도 물리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국제 순회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워치 앤 칠’ 시즌 2의 주제는 “감각의 공간”으로 디지털로 번안된 동시대적 감각 체계를 고찰하고자 한다. 보는 촉각, 조정된 투영, 트랜스 x 움직임, 내 영혼의 비트 등의 내용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스크린 너머 공감각적 유대를 확장하는 미디어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기술 이면의 다층적 인간성을 사유한다.
미디어 작품 전시는 참 어렵다. 설명글을 읽고, 영상을 보면서 저절로 ‘제작자들 본인도 관객이 이걸 다 이해할 거라 생각하고 만드는 건 아닐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해한 작품도 많다. 이번 전시도 역시나 그랬다. 현대미술은 참 어렵다는 것을 작품 소개 글 첫 줄을 읽기 시작하면서 느꼈다. 어떻게 생각하면 보는 사람을 고려한 전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입구에는 [기술과 인간의 감각 체계 사이의 관계를 사유하며, 스크린의 납작함을 넘어 다양한 공감각을 소환하는 현대미술품을 소개한다]고 적혀있다. 다행이다. 여기까지는 얼추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다.
전시관은 ‘보는 촉각’, ‘조영 된 투영’, ‘트랜스 X 움직임’, ‘내 영혼의 비트’를 주제로 총 네 구역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작품은 약 20개 정도고 모두 디지털 영상 작업물이지만, 영상 길이기 꽤 긴 작품이 많아서, 보다 보면 두어 시간은 훌쩍 지나버린다. 시간을 여유 있게 염두에 두고 감상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는 촉각’에서는 감각의 전도, 변이, 번역의 현상을 다룬다. 인간의 오감을 넘어 미생물부터 인공지능까지 이종 간의 교감으로 확장하는 사례를 들여다본다.
흔히 유튜브에서 보는 ASMR 영상과 같은 현상을 전시 소개 글을 보면 현대사회의 불안과 외로움을 해소하려 명상적 기분을 유도하는 감각의 전이라고 정의한다. 첫 번째 주제의 영상은 대부분 영상에서 시각적 요소나 음향을 이용해서 인간의 오감을 깨우기 위한 시도가 담겨있다. 5~6점 정도 되는 영상의 다양한 시도는 음향과 함께 어딘가 꿈틀대고, 유들유들하거나 촉촉하거나 딱딱하거나 갈라지거나 불쾌하거나 시원하거나 흉하거나 환하거나 곱거나....... 등의 매우 다양한 시각, 촉각, 청각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공감각을 체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전시 내내 의자와 공간 연출에 사용된 튜브는 볼 때는 예쁘고 공간에 어울리는 분위기기도 해서 판매하는 거면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앉아보니 아래도 푹푹 꺼지고 중심도 못 잡아줘서 영~ 불편했다. 그리고 전시 내내 20분 이상의 긴 영상도 많았는데 관람객이 앉을 수 있는 의자는 몇 개 없어, 더 보고 싶어도 나중에는 다리가 아파서 돌아오게 됐다. (그걸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첫 번째 주제관을 다 보고 나면 보이는 전시장 동선 끝에는 다음 주제관으로 안내하는 표시가 보인다. 화살표를 따라 길고 좁은 계단을 내려가면 큰 스크린의 영상에 나오는 무용수와 안무에 따른 음향이 감각을 압도한다.
두 번째 주제는 ‘조영 된 투영’이다. 시공간의 감각을 면밀히 조정하여 규격화된 미터법이나 시간의 개념을 흔드는 작가적 태도를 통해 역사, 정치, 사회적 논점을 던지는 작품들을 살펴본다.
무용수는 온몸에 카메라를 매달고 덕수궁에서 춤을 춘다. 화면은 덕수궁의 아침 CCTV 화면에서부터 시작해 무용수의 몸짓과 그 몸짓에 매달린 카메라가 찍는 풍경으로 밤까지 빠르게 흘러간다.
옆에서는 미래에 대한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이 있다. '아 이런 걸 어떻게 생각할 수 있지?' 하는 상상력과, 그것을 표현한 연출력과 기술력에 감탄하다 보면 순식간에 마지막 장면이 나오고, 로봇과 고래가 함께 춤을 추며 끝이 난다.
이어서 짧은 통로를 지나 다음 주제관으로 넘어오면 전과 대조되는 밝은 공간과 함께 ‘트랜스 움직임’ 주제관이 나온다. 월드 와이드 웹의 물리적 현실을 조명하며 디지털 공간 안에서 마치 비물질적 존재로 느껴지는 개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는 8 작품의 영상이 배치되어 있다.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아 다 보지는 못했지만 작품마다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거나, 비주얼이 정말 예뻐서 인상 깊은 작품이 있었다.
마지막 네 번째로는 ‘내 영혼의 비트’ 주제로 기술이 동반하는 인간의 염원과 환상을 사유한다. 정신이라 불리는 믿음, 무아, 황홀, 두려움의 감정이 이끄는 동시대적 환각을 다룬다. 여기는 사실 잘 모르겠다. 한 시간 정도 분량의 오래된 영화 필름을 방영하고 있는데 여자가 두 개뿐이기도 했고, 이쯤 되니 다리가 너무 아팠다. 조금 서서 보다 보니 핸드폰 알림 창에는 호우주의보를 알리는 알람이 수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 가야겠다는 생각에 남은 전시는 집에서 편안하게 온라인으로 보자는 생각을 하고 박물관을 나섰다.
⭐ 전시는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계속 진행된다.
https://watchandchill.kr
처음 접속하고 회원가입을 한 이후에 메일로 보내준 링크를 클릭하면 아래와 같이 온라인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전시에서 봤던 영상들을 온라인에서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오늘 왜 미술관까지 갔을까. 집에서 편안히 기대서, 중간중간 딴짓도 하면서 볼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다시 온라인에서 본 영상은 미술관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영상을 보면서 체감하게 되는 내 몸의 감각적 교류가 없었다. 보는 내내 영상은 그냥 무미건조했고 나는 심드렁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면 제작물은 단지 보는 것만으로는, 다른 감각과 교류를 할 수 없는 환경이나 조건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이걸 느낀 것만으로도 오늘 다리 저려가며 미술관에서 본 보람이 있다.
📌전시 정보는 여기서 더 보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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