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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여행이지/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전시 관람 후기

by 연습중인최 2022.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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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이중섭

 

안국역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다. 짜임새 있는 전시가 많아 자주 찾고는 하는데, 이번에는 이중섭 전시를 한다길래 예약을 했다. 예약하는 사람이 많아서 일정을 느긋하게 잡고 예약을 해야 한다. 아니면 당일 현장에서도 예매를 할 수 있지만 금방 매진되는 것 같으니 미리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 속 편한 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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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에게 그림은 가족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삶 자체였다. 









 

 

 전시 입구로 가는 길목에는 관람자들이 그림에서 받는 인상에 대해 벽에 써 놓았다. 한 장의 그림으로 이렇게 다른 생각들을 하는구나 신기해하며 계속 걸어 들어갔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 소장품과 이건희 기증품 약 100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1940년대와 1950년대의 이중섭 그림을 볼 수 있는데 도슨트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이중섭의 그림은 사실 연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이번 전시도 마찬가지로 연도를 표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그림의 의미별로 묶어 보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전시도 그렇게 구성되어 있다.

 

 

 

 

생각보다 그림이 작았다. 대부분 9 cm X 13~14 cm정도의 작은 엽서 크기 또는 편지지 정도의 크기였다. 그 안에 자유롭게 드로잉하고 손가락, 발가락도 5개씩 다 그려 넣고 색도 칠했다. 

전시 관람 중 어느 분이 말씀하시길 이중섭은 물성을 정말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림에서도 재료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지우고 다시 그리고를 무한 반복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직선을 그릴 때는 더없이 뻗으면서도 곡선으로 시선을 흐르게 한다.  

 

 

 

 

 

그림이 정말 작다. 얼굴을 들이밀고 그림을 봐야 할 정도로......

이 안에 자신이 보고, 상상한 것들을 그려 넣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선 몇 개로 닭을 그려버림...... ㅜㅜ

그 안에 닭들은 싸우기도 하고 관망하기도 하며 지쳐 쓰러져 있기도 하다.

 

 

 

 

처음에 멀리서 봤을 때는 저게 뭐지 그냥 여러 가지 색으로 선으로 그은 것인가 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닭들이 박진감 있게 싸우고 있었다. 종이 맨 밑에 색을 깔고 그 위에 검은색을 칠한 뒤, 그것을 긁어내면 아래 칠해 둔 색이 드러난다. 어릴 때 대부분 한 번쯤 해본 적 있지 않나. 이 그림도 그런 방식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이중섭은 아이를 정말 많이 그렸다. 그리고 이중섭이 그린 아이들은 대부분 몸이나 선을 이용해 하나도 연결되어 있다.

일본에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만나고 닿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중섭의 소 습작

 

 

 

 

 

 

 

 

 

이중섭이 그린 책의 표지와 삽화들

 

 

 

 

 

 

 

 

은지화를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종이가 정말 정말 작고 연약해 보였다. 이 작은 종이 안에 섬세하면서도 대범한 선들이 그어져 있는 것이 신기했다. 정말 그리고 또 그리고를 무한 반복했다. 드로잉과 재료의 사용을 끊임없이 시도했던 흔적을 전시의 모든 그림에서 볼 수 있다.

 

 

 

 

 

이중섭의 그림의 주제에는 항상 가족이 있다.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 그리움, 다시 만난다는 희망이 그림과 가족에게 보낸 엽서와 편지에 모두 담겨있다.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아들의 이름도 적어 사랑을 표현한다. 

 

 

 

 

 

 

 

 

 

 

 

 

 

 

 

 

 

전시된 그림은 대부분 가족들이 모아둔 이중섭의 편지와 엽서들이다. 그래서 그림을 보면 편지 봉투에 넣기 위해 접힌 자국들과 아이들의 이름을 그림 아래 작게 적어두었다. 이중섭은 자신의 그림을 항상 완성되어가는 과정, 현재 진행형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그림을 구입한 사람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그림을 그려 바꿔주겠다고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 수많은 물성에 대한 시도를 하고, 그림을 그리게 한 힘, 그림을 사랑하게 만든 원동력은 오롯이 가족에게서 나온 것이 아닐까. 

 

 

 

 

50년대에 이중섭은 개인전을 하지만 성과가 좋지 못했고, 그 이후에 큰 실망을 하여 거식증으로 인한 영양실조와 간염 등을 앓으며 황폐한 생활을 하고, 이때에는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거나 가족이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을 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전시 마지막은 서울 정릉의 골짜기에서 친구인 작가 한묵과 함께 살며 그린 그림이다. 정릉 풍경은 그래서 그런지 전 그림과는 다른게 선에서 느껴지는 힘도 시들한 느낌이다. 이제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상실감과 무력함이 그림에 묻어버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중섭은 끊임없이, 묵묵하게 그렸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순식간에 가난한 피난민이 되어도, 가족이 멀리 타지로 떠나도 자신의 노력과 재능, 자신의 그림으로 곧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이중섭에게 그림은 가족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고, 삶 자체였다. 

 

인생에서 끊임없이 몰두할 수 있는 뭔가를 만난 다는 것은 행운이지 않을까. 나는 지금 이렇게 몰두할 뭔가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며 전시장을 나오는 발길이 무거워졌다.

 

 


 

 

 

 

전시 소개

 

- 기간 : 2022-08-12 ~ 2023-04-23

- 장소 : 서울 1층, 1전시실

- 관람료 : 무료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에게 2021년 4월 기증받은 1,488점 중 이중섭의 작품 90여 점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중섭 기소장품 10점을 모아 100여 점으로 구성한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이건희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두 번째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양질의 한국미술을 소개하고, 대중에게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의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이중섭(1916-1956)은 힘들고 어려웠던 삶 속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정직한 화공’이자 일제강점기부터 ‘소’를 그려낸 민족의 화가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이후 이중섭에 관한 전시, 영화, 연극, 소설 등이 꾸준히 만들어지면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국민화가이기도 하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이중섭»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이중섭을 다시 보는 시도로서 그간 미술관이 축적해온 미술품 수집과 연구 기능을 전시로 풀어낸 것이다. 전시에서는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1940년대와 1950년대로 나누어 소개한다. 1940년대는 이중섭이 일본 유학시기와 원산에서 작업한 연필화와 엽서화를 전시하며, 1950년대는 통영, 서울, 대구에서 그린 전성기의 작품 및 은지화, 편지화 등으로 나눠 구성했다. 전시는 재료와 연대를 조합해 예술가 이중섭과 인간 이중섭을 고루 반영하고, 이중섭의 면면을 보여주려 한다.

 

비루한 현실에서도 이상을 그려낼 줄 알았던 화가 이중섭의 삶과 예술이 이건희컬렉션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기를 희망하며, 이 기회를 통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가 한층 더 높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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