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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여행이지/독서

결국 무지막지한 파괴자는 누구일까? 모비딕

by 연습중인최 2022. 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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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지가 이주가 넘었다 .
책을 사둔지는 몇년도 지난 것 같다.
중고서점에서 마침 눈에 띄어 이번에 읽어 봐야겠다 생각해 집어 온 책은 책장에 방치된 채로 몇 년이 흘렀다. 책장에서 눈에 띌 때면 '저거 언제 읽지...' 라는 생각만 수 백번을 하고 책을 집어 들었다 눈에 띄는 곳이 뒀다가 안 읽고 다시 책장에 꽂아 두기만 몇 차례… 드디어 읽었다.
북토크에 참여하게 된 계기로 반은 강제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평생 안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읽고나서는 어떤가.
은유나 비유 또는 특유의 비꼬아서 말하는 듯한 표현들이 많아서 어려웠다.
이건 무슨 복선일까? 이건 또 무슨 의미인가? 생각을 하다가 끝도 없이 늘어질 것만 같았다.
세익스피어 도서를 계속 몇 권을 이어서 죽 읽는 것 같은 머리 어지러움에 사 분의 일 가량을 읽고는 이틀 손을 떼기도 했다. 어쨋든 마지막 장을 덮었다는 기쁨...

소감은?
내 인생에서 다시 또 읽을 수 있을까 ㅠㅠ하는 기분이 든다.
읽는 동안 고통스러웠던 것이 책의 두께와 어려운 문체때문인지, 내용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등장인물 중 퀴퀘그는 향해 중 열병에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육지로 돌아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그것이 그가 마지막에 살아남는 사람이라는 복선인가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책에서 [인간이 살기로 결심하면, 고래나 폭풍이나 그 밖에 인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무지막지한 파괴자의 손에 의해서만 죽을 뿐, 단순한 질병 때문에 죽지는 않는다.] 라고 하는 것처럼 모비딕에 의해 죽은 것일까? 아니면 결국 선장 에이해브가 ‘무지막지한 파괴자’라고 말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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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길도 없는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 가족과 친구와 이웃이 처절하게 죽어갔다.
그들은 어제 내 몸을 스치며 지나간 이웃의 온몸을 난자했고, 마주쳤던 그 눈에 작살을 찔러 넣었다.
고통 속에서도 처절하게 도망치는 친구의 비명과 생명을 잃으며 떠오르는 가족의 몸에서 흐르는 마지막 향기는 끝없는 물결에 칼날같이 밀려와 멀리서도 그 섬뜩함에 몸이 시렸다. 그들은 내 동족의 몸을 죽이고, 매달아 갈기갈기 찢어서는 경박하게 물 겉으로 던지며 흩뿌려댔다. 그렇게 모진 죽임을 당하는 것이 수도 없이 일어나는 생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살겠는가? 살아남는 것이 모든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의 본능과도 같은 것이라, 나도 마찬가지로 내게 저 날카로운 죽음을 던지는 자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버텨냈다. 그것이 또한 오랜 내 삶이었다.
그런 나를 괴물이라 부르며 지레 겁을 먹고 내 흔적을 피해 도망가는 것도, 겉 멋 부리듯이 호기롭게 마주친 내게 돌진하는 것도, 알 수 없는 복수심에 기어코 나를 쫓는 것도 모두 어리석은 당신들이다. 해가 지고 뜨는 것이 몇 번을 반복하는 동안 나를 노리던 저 가라앉고 있는 노인네를 보라. 서서히 물아래로 내려가는 순간에도 그 눈에 가득 차 있던 복수심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죽이고자 쫓아오는 당신들에게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과도 같은 몸부림일 뿐이었다는 점에서 내 목적은 순수했다. 끈질기게 쫓아오는 것에 대한 당연한 반응을 했을 뿐, 나는 나를 죽이기 위해 계속해서 몸을 던지는 이 노인에게 마찬가지로 죽음으로 돌려주려는 악랄한 의도는 결코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몇 번이나 살 기회를 주기까지 했다. 내 앞의 크고 작은 저 모든 것과 이 노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복수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았을 이기적인 자신이 아닌가.

(이상 가라앉는 ‘피쿼드’호를 지나가는 모비 딕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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